지금 여기, 우리에게 필요한 방송인, 손석희 편
지금 여기, 우리에게 필요한 방송인, 손석희 편
  • YBS보도부
  • 승인 2005.03.20 2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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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시 2004-10-05 22:50:51  
작성자 : 남현정
영상물은 손석희씨의 요청에 따라 삭제했음을 알려드립니다.  

날카로움, 단정함, 깨끗함, 지적인 이미지.. 이 분을 생각할 때마다 온갖 수식어가 머릿속을 횡단한다.
역시나 첫 인상은 그랬다. 말 한마디 붙이기 어려울 정도로 투명한 유리에 둘러싸여 있는 듯 하다.
긴장한 나머지 카메라 설치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바쁘신 분인데.. 이건 또 왜 이렇게 안되나..
선생님께서 조금 차갑게 질문하신다.
"질문이 몇 개예요?"
"7개 정도 됩니다."
"뭐 이렇게 많아?"
"네.. 많으세요?"
"짧게 대답할께요. 5분이면 되겠지?"
정말 5분만에 끝나는 줄 알았다. 아니었다.
선생님과의 인터뷰는 1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남현정(이하 남) : 이번에 저희 학교 강의(신문방송학과 쟁점과 토론)를 맡으셨는데 마이크 앞에 선
선생님과 강단에선 선생님, 다시 말해서 방송인 손석희와 교수 손석희, 이 둘 중에 어떤 일에 더
매력을 느끼시나요? 또 그 둘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손석희(이하 손) : 본업은 방송이죠.당연히 방송 열심히 해야죠. 그런데 학교는 또 다른 의미가 있죠.
어 사실 수업을 처음 나온 건 아니고 다른 학교도 갔었는데 그 때 너무 힘들어서 한 2년 하다가
그만 뒀었어요. 그런데 다시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김주환 교수가 제의를 하셨고..
그 제의를 받아들인 이유는 우선은 사람이 망각의 동물이라 그런지 옛날에 힘들었던 걸 다 잊어버리고 있더라고.
마치 우리들이 술에 많이 취해서 괴로워서 다신 술 안 마신다고 그러다가 다음날 잊어버리고 또 마시는 거잖아요.
아무튼 왜 하느냐, 뭐가 더 재밌느냐고 얘기할 순 없어요. 그건 서로비교할 만한 대상이 아니니까.
나름대로 이제, 그 뭐랄까 현업에서 하고 있는 것을 저 나름대로 정리할 수 있어요.
내 위주로 생각하자면. 저 나름대로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강제적으로라도 주어지니까
저한테는 매우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있죠. 그리고 제가 정리한 것을 학생들에게 전해줌으로써 뭐랄까
학생들이 아카데미안에만 있지만은 현업을 어느정도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이고..
그게 서로에게 좋은 기회죠. 그렇게 생각해요. 제가 생각하기엔. 조금 추상적으로 얘기하자면
보통 젊은 학생들을 만나면 기를 뺏기는 경우가 있는데 나는 반대로 많이 얻어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한테는 좋아요.
근데 뭐 오래하진 못하겠지. 왜냐하면 제 본업이 방송이니까.

남 : 음.. 방송이랑 같이 병행하시는 데 힘드신 점은 없으세요?

손 : 우선 시간을 온전하게 제 본업에 투자할 수 없다는 부분은 분명히 있어요.
그런데 뭐 한과목이기 때문에 제 개인적인 시간을 투자하면 돼요. 방송에 커다란 악영향을 끼친다라든가, 그런 부분은 없어요.

남: 네. 다행이네요. 다른 질문을 드릴께요.
선생님께선 시민단체들이 좋아하는 언론인 1위, 희망을 주는 언론인, 전문가 그룹이 좋아하는 언론인.
이렇게 각종 여론조사에서 빠짐없이 거론되는데요.
선생님께서 생각하시기에 선생님의 높은 인지도의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손 : 우선 매일 나가니까, 방송에..(웃음) 특히 라디오는 매일 아침에 나가잖아요.
그리고 대개 라디오를 듣는 층이 방금 얘기한 그 분들이예요.
그렇다 보니까 그 분들과 접속도가 상당히 높다는 거죠. 그리고 방송의 방향성이 문젠데 제가 하고 있는 방송의 방향성은
뭐랄까 보수적이진 않아요. 이렇게 표현하면.. 진보적이라고 얘기하기는 그렇지 않은 부분이 분명히 포함돼 있으니까..
그러나 이제 보수적이진 않아요. 그렇다 보니까 일단 방금 말씀하신 분들이, 그 분야에 있는 분들이 좋아하겠죠.
그게 가장 큰 이유 아닐까?

남 : 그 분야 말고도 여성운동가들이 선정한 페미니스트 언론인 부분도 있는데요,

손 : 그래요? 그건 잘 모르겠네요.

남 : 네. 알겠습니다. 지금 문화방송에서 100분 토론을 진행하고 계시잖아요.
그 프로그램에서 다루는 주제들이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쟁점들이 많다고 생각하는데요.
그와 같은 토론을 진행하시는 데 있어서 느끼시는 애로사항 같은 것은 없으세요?

손 : 사회자로서 느낄 수 있는 어려움은 누구나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부분들이예요.
그러니까 가능하면 균형을 잘 지켜야 한다는 것. 흔히 말하지만 공정하다는 것이죠.
그건 대단히 어려운 문제거든요. 기술적으로도 어렵고, 내용적으로도 어려울 수가 있어요.
그 부분을 적절하게 잘 지켜나가야 한다는 문젠데,
때론 생각처럼 쉽게 되지 않을 때가 있고..
그런데 뭐 이제까지 3년 가까이 해 오고 있는데 물러나지 않은 걸 보면 큰 과오가 있었던 건 아닌가봐요.(웃음)
그러니깐 균형을 어느 정도 잘 잡느냐, 그것이 양적인 면 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토론은 그렇게 해야 하는 거니까.. 예를 들어서 제가 토론 프로그램이 아니라 인터뷰 프로그램을 한다고 하면
때론 제가 공격적이 될 수도 있는 것이고 또 그렇게 함으로써
다른 쪽의 의견을 반영하려는 노력을 할 수도 있는 거겠죠. 하지만 토론 프로그램 같은 경우엔
저는 가운데에 있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때론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이 있을 수도 있죠.
그건 또 제가 절제해야 하는 부분들이예요.  그러니까 균형도 잘 잡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상당 부분 절제해야 할 부분들도 있고, 그런 것들은 한 개인의 인간으로선 어려울 때도 있죠.
그러나 그게 제 직업이기 때문에 제가 그렇게 해야 하는 거예요. 또 제 직업을 떠나서 저는 토론 사회자기 때문에
그렇게 해야만 하는 것이고.

남 : 토론을 진행하시면서 토론 이후에 시청자들에게 어떤.. 칭찬도 받으실 수 있겠지만,
상당 부분 비난도 많이 받으실 것 같은데..

손 : 많이 받죠. 네. 많이 받아요. 제가 다른 인터뷰에서도 잠깐 얘기했지만,
양쪽에서 다 칭찬 받을 순 없어요. 양쪽에서 다 칭찬받으면 굉장히 좋은거죠.
그것만큼 좋은 게 어딨어.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상황은 존재할 수 없어요.
그렇다면 한 쪽에서 욕을 먹는 것보단 양쪽에서 욕을 먹는 게 더 낫다 라고 얘기한 적이 있었는데..
그게 맞는 거 같아요. 어차피 양쪽에서 다 칭찬 못 받을 거라면 차라리 다 욕을 먹는게 더 낫죠.
다시 말하면 어느정도 균형을 지켰다는 얘기니까.. 근데 기본적으로 다 욕하게 돼 있어요.
왜냐면 이쪽 저쪽 양쪽에 있는 사람들, 다 뭔가를 원하거든요. 그쵸, 사회자에게 뭔가를 더 원하고..
그런데 원하는 만큼 다 해줄수 없는 게 사회자의 운명이거든요. 그러면 늘 모자라니까 늘 비난하게 돼죠.
그쵸? 그건 받아들여야 될 팔자죠. 뭐.

남 : 100분이란 시간이 보통의 방송 프로그램과 비교하면 상당히 긴 시간일 수 있겠지만,
토론을 진행하기엔 짧은 시간이라고 생각되는데요.  그 짧은 시간동안 토론을 진행하시는
사회자의 입장으로서 가장 핵심을 두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부분이세요?

손 : 시간 문제를 말씀하셨으니까, 역시 시간관리를 잘 해야죠. 그러니까 방송이라는 것은..
예를 들면 신문이라는 것은 공간의 제약을 받죠. 지면이라는..
방송은 시간의 제약을 받는 거거든요. 늘. 100분이라고 말씀하셨지만 사실은 100분이 아니에요.
그러니까 편성상으로는 100분이라고 되어 있지만, 그 중엔 광고도 들어가고,
회사 공지도 들어가는 부분들이 몇 분이 빠져요. 이렇게 이것 저것 빼면 80여분 밖에 안돼요.
실질적으로는. 그러면 생각을 해 보세요. 토론에 4사람이 나온다고 쳐요. 사회자까지 5명이죠.
물론 사회자가 말을 많이 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자가 얘기할 수 있는 부분 어느 정도 빼고, 뭐 이러면 80분 되겠죠.
이걸 4사람으로 나누면 한 사람 당 20분밖에 안 되는 거에요.
어쩌다 6명 나오면 그보다 훨씬 줄어들죠. 사실은 그 시간이 상당히 짧은 시간이에요.
그래서 정해진 시간동안 드러난 논점들을 얼마만큼 적절하게 잘 소화해 나가느냐 하는 문젠데.
그게 사실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에요. 방송 토론 진행자가 우선은 시간관리에 신경써야 하는 문제가 바로 거기 있어요.
그 이외의 다른 어려운 점에 있어선 아까 말씀 드렸구요.

남 : 시간 관리라는 측면에 비중을 두다 보면 토론이 형식적으로 진행된다라는
비판을 혹시 받지는 않으세요?

손 : 토론? 형식적이다? 그건 그렇지 않아요. 그건 방송 토론이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는 한계에요.
시간을 지켜야 된다는 건. 아까도 얘기했지만. 그렇다면 정해진 시간내에 그 토론이 짧든,
아니면 적당히 길든, 주어진 시간이 있는데, 그것을 어느만큼 효율적으로 사용하느냐도
사회자의 역량이기도 하고 패널들의 역량이기도 한 거예요. 그쵸? 패널들이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 게 사회자의 의무이기도 하구요. 그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끝장토론이다, 6시간, 7시간 토론하는 경우도 있어요. 아주 가끔씩. 그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인데.
그런 토론을 해 보면 비슷해요. 결국 한 시간 하나 여섯 시간 하나.
물론 보다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사실 토론 구조는 비슷한 거예요.
그러니까 짧은 시간이지만 효율적으로 잘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하죠. 그게 너무 형식에 빠져버린다는 비판을 하시면
할말이 없지만, 그럼 뭐 어떻게 할 거예요. 맨날 끝장 토론을 할 수도 없는 거잖아요.

남 :  대학 사회를 비롯해서 한국 사회에 전반적으로 토론문화가 부족하다고 여겨지거든요.
부안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이 토론 문화의 부재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각종 문제의 원인이
되고 있는데. 그렇다면 이에 대한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손 : 토론문화의 부재 원인이요. 우선은 우리는 말을 하는 문화가 아니라는 거죠. 우리 사회는.
대개 말을 하는 것을 막아왔던 문화잖아요. 근본적인 이유를 따지자면 그럴 수 있겠죠.
거기에서 찾을 수도 있겠죠. 또한 우리는 권위주의 사회를 거쳐왔기 때문에 서로 합리적인 토론을 통해서
합의를 도출하는 그런 토론 문화가 막혀져 왔어요. 국가가, 정부가 위정자가 결정하면 따라서 하는
구조였거든요.
굉장히 오랜기간동안 그래왔어요. 그 전에는 일제시대라는 폭압적인 구조가 있었고
  그 다음에는 독재권력이라는 폭압적인 구조가 있었고. 이건 대단히 역사적인 문제죠.
오랜 기간동안 축적되어 왔던 문제란 말이예요. 어,그런 문화가 없다 보니까
사실 토론 문화란 상대방을 인정하는 문화이기도 해요. 다양성을 인정하는 문화이기도 하고.
그런데 우리는 그게 아니거든요. 그런 와중에 요즘은 어떤 식으로 됐냐면 각각의 분열이 일어나고
다른 그룹에 속해 있는 사람들에 대해선 전혀 인정하지 않는 문화가 생겼단 말이예요. 토론 프로그램
나와서 상대방을 인정하면 그건 지는 게 되는 문화가 되어 버렸다구요. 그러니까 안되는 거죠.
아무튼 그 오랜 세월동안 왜곡돼 왔던 그 많은 것이 다시 자리 잡힐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겠죠.
지금 토론 문화가 안되고 있다고 하지만 과거보단 많이 나아졌잖아요. 토론 프로그램도 텔레비젼을
예로 들자면, 많이 생겨났고, 뭐 그런 것들이 도움이 되겠죠? 도움이 된다고 봐야 되겠죠.
안된다고 하면 너무 비관적이잖아요.

남 : 그렇다면 토론이 주는 긍정적인 역할, 그리고 부족한 토론 문화에 대한 새로운 방안은
어떤것이 있을까요?

손 : 그러니까 그런거예요. 이렇게 얘기하다 보면 토론이란 게 늘 합의를 열어야 하고,
결론을 내야 하고. 이런 식으로 결론이 나기 십상인데. 전 꼭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물론 그렇게 되면
좋은 거겠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토론은 많은 주장. 그리고 그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데이터들. 아니면 증거들. 이런 것들이 되도록이면 많이 나오는 토론이어야 되겠죠. 가능하면
합리적인 설득 방법을 통해서 제시가 되어야 될테고. 그렇게 되면 시청자의 입장에선 그것을 보고
판단하겠죠. 판단이 된 시점에선 여론이 형성되겠죠?
궁극적으로 보자면. 이렇듯 텔레비젼은,
토론 프로그램은 그런 장을 마련해주고 시청자들은 거기에 들어와서 보는거죠. 그리고 패널들은
각각의 의견, 그 그룹을 대신해서 의견을 얘기하고, 주장하고, 근거를 제시하고, 그러면 시청자들이
그것을 보고 판단하고. 그래서 여론이 형성되는 것일테고. 여론이 형성되면 그것은 정책화하는
데 하나의 압력이 될 수 있겠죠. 그 정도의 수준에 있어서의 역할을 텔레비전 토론은 할 수 있다고 봐요.

그러니깐 제 얘기는 텔레비젼 토론에서 결론은 내려서 어떤 강제를 갖는 다는 것. 어차피
그것은 불가능한 문제니까 그 정도의 역할은 줄 수 있다는 얘기죠. 그리고 실제로 그건
대단히 중요한 역할이에요.

남 : 과거 문화방송에서 노조활동을 하셨잖아요.  

손 : 그게 어느 새 과거가 됐네요.

남 : 네.. 그런데 지금은 아나운서 부장을 맡고 계신걸로 알고 있거든요.

손 : 네, 아나운서 보직 부장은 아니에요. 직급이 부장이죠.
부장은 과거에 했다가 지금은 그만뒀어요.

남 : 아, 그러세요. 그렇다면 지금 아나운서 부장을 하시면서 과거 노조 활동이 선생님께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아무래도 아나운서 부장이라 함은 회사 쪽에 서서 의견을 개진하게 될 것 같거든요.

손 : 관리자 일 수 있단 말이군요. 그런데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방송사 조직이라는 게 일반 회사
조직과 좀 다른 부분도 있고. 물론 제가 어떤 보직을 맡고 있다라든가 부장이나 국장이란 보직을
맡고 있다면 그건 분명 관리자의 입장이죠. 또 전 지금 노조원도 아니에요. 왜냐면 부장이란 직급까지
승진을 했기 때문에 노조원으로서의 자격이 없어요. 제가 탈퇴하고 싶지 않아도 자동 탈퇴가
되는 거예요. 노조원의 자격은 아니죠. 개인적으로 노조가 저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느냐.
엄청나게 많은 영향을 미쳤죠. 그건 또 말로써 다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고. 87년 노조가
결성된 이후 지금까지 대략 한 16,7년동안 노조가 저를 규정해 온 부분이 많이 있어요. 그건 저 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저를 생각할 때도 그렇구요. 지금 당장 그런 질문이 나온 것을 봐도 알 수 있잖아요.
저한테 노조는 떼 낼래야 떼낼수 없는 부분들이죠. 우선은 많은 연마를 했어요. 저 나름대로.
노조가 가지고 있는 고민들. 그건 또 저의 고민들이기도 했기 때문에 그 고민의 가장
큰 핵심은 공정방송 부분이었지만. 그 부분들에 있어서 많이 고민하고, 고민한 만큼 연마되고,
또 훈련을 받았다고 봐야 되겠죠. 그런 것들이 제 방송에 대해서도 알게 모르게 투영이 돼서 나타났을 것이고.

그건 저 뿐만이 아니라 다른 MBC 구성원들도 알게 모르게 그런 영향을 많이 받았을 거예요.
그래서 비판적인 사람의 입장에선 언론노조가 한 일이 무엇이냐면서 쉽게 얘기할 수 있는데
전 그것은 대단히 잘못된 생각이라고 봐요. 노조가 있고, 노조가 추구하는 방향성이 있고,
그것으로 인해서 회사와의 갈등이 있을 수도 있는 것이구요.
그런 많은 과정을 거쳐오는 속에서
노조가 각 개인에게 끼친 영향은 상당히 크다고 봐요. 그것으로써 노조의 역할, 그 가치를 가늠해야지
당장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고 해서 노조가 그동안의 어느정도의 성과물을 냈냐고 하기엔 어렵죠.

남 : 그렇군요.. 그럼 문화방송이 공영방송이잖아요. 지금 현재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문화방송은
공영방송으로써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하거든요.

손 : 물론 제가 보기엔 문화방송이 재원을 광고에서 마련하기 때문에 형식과 내용에 있어서 공영방송을
담보하고 있다고 보진 않죠. 그래서 운영 자체는 상업방송과 같이 한다고 봐도 되죠. 쉽게 얘기하면
광고로 먹고 사는 회사니까. 그런데 공영방송이란 형식을 갖고 있다는 것은 저로서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봐요. 물론 광고료가 아닌 시청료에 의해서, 말 그대로 public으로 public broadcasting이라고 하니까
public으로부터 돈, 즉 재원을 받아서 운영하면 그만큼 public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니까 그게 가장 좋은 것이겠지만 지금 현실적으로 그럴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
그래도 공영방송이란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것, 그리고 운영 주체가 민간 회사가 아니라는 것.
공익 재단이라는 것. 그것은 굉장히 큰 의미를 갖죠. 그러니까 이런거예요. 문화방송 구성원 모두가
우리가 공영방송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걸 인지하고 있죠. 머릿속을 그게 지배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방송을 만들 때에 그 공영방송 마인드에서 100% 벗어날 수가 없는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고로부터 재원을 얻고, 그렇게 해서 시청률이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을 해야
하기 때문에 방송 컨텐츠가 훨씬 오락적으로 흐르고 이른바 공익성, 공영성이 없다는 컨텐츠라고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까도 얘기했지만 그 공영방송이란 마인드를 완벽히
떨쳐버릴 수는 없는거예요. 그것은 분명히 지켜줘야 할 부분이라는 거죠. 만일 우리가 공영방송이
아니라고 치면, 우리는 그냥 사영방송이다. 흔히 얘기하는 민영방송이다. 그래서 훨씬 더
상업적으로 나갈 수 있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문화방송 컨텐츠는 지금보다 훨씬 더 상업적이
될 거예요. 아무런 제어 장치가 없는 거니까. 지금 그렇지가 않거든요. 그러나 제가 봐도
문화방송 컨텐츠가 전부다 공영적이고, 공익적이고, 비상업적이고. 그렇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예요.
또 방송이란 게 전부 심각한 얘기만 할 수 있겠어요. 오락적 기능도 분명히 있는 거니까.
뭔가 상업적이지 않은 내지는 너무 지루하지 않은 뭔가 그 가운데의 경계선. 이걸 늘 찾는 작업이거든요.
어떻게 보면. 그런 작업을 할 수 있는 것은 그래도 문화방송이 공영방송이니까 그런거예요.
물론 전 개인적으로 문화방송도 시청료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 하나예요. 그렇게 함으로써
문화방송이 보다 더 공영방송으로서의 틀과 내용을 갖춰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죠.

그런데 지금 당장 그것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문화방송을 상업방송으로서, 민영화 시킨다는 것에 반대하는 이유는
아까 얘기했던 그 이유예요.

남 : 네, 한때 라디오가 텔레비젼의 출연으로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는데요.
지금 선생님께서 진행하시는 라디오 프로그램, 시선집중은 라디오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란
평가를 받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손 : 이른바 시사 저널리즘의 부활이겠죠. 다른 부문에서 라디오는 지금까지 계속해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어요. 그쵸?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에 새로운 미디어가 나올 때 과거의 미디어가 크게
타격을 받을 것이다라고 얘기하는데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별로 그렇지 않았어요. 신문이 나오고
그 다음 텔레비젼이 나왔을 때 신문이 크게 힘들어질 것이다 우려했지만 실상 안 힘들었거든요.
라디오가 있었을 때 텔레비젼이 나오면 라디오가 힘들었을까요?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라디오의
수요층은 엄연히 존재하거든요. 영화가 있었고, 텔레비젼이 나왔을 때 영화사들은 무척이나 힘들어했어요.
우리는 이제 망한다라고 생각했었거든요. 왜냐면 극장을 가지 않아도 집안에서
영화를 볼 수 있으니까. 하지만 영화는 영화 나름대로 살아남았잖아요. 마찬가지 거든요.
라디오의 수요층은 늘 있는거예요. 다만 지금 예로 들어준 시선집중이란 프로그램 같은 경우엔 그
시간대에 정통 시사 프로그램이 없었거든요. 정통 시사 프로그램을 그 시간대에 하면 잘 안될것이다란
생각이 있었으니까 그 동안 없었겠죠. 그런데 과감하게 그걸 깼고 성공했단 측면에서 라디오의 부활을
얘기하는데 라디오는 부활할 필요없이 원래 그렇게 존재해 왔었어요. 그런데 그런 장르의
프로그램으로써 시선, 관심을 많이 끌었기 때문에 적어도 라디오가 갖고 있는 시사 저널리즘의 세계는
다시 복원이 됐다고 보는거죠.    

남 : 제가 이 질문을 드린 건 다름이 아니라 저희 YBS가 이번 학기 영상 방송을 새로 신설하긴 했지만,
아직은 오디오 방송이 위주가 되고 있거든요. 스피커를 통해서 방송을 하다 보니까
연세인들에게 실질적으로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는 한계가 있거든요. 정해진 시간에 스피커에서
방송이 나오면 연세인들은 사실 멈춰서서 직접 방송을 듣진 않거든요. 그래서 라디오의 부활,
시사 저널리즘의 부활을 야기시킨 프로를 진행하시는 선생님께 저희  YBS가 나아가야 할 방향,
개선 방안 같은 걸 여쭤보고 싶었습니다. 오디오 방송의 영향력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으니까요.

손 : 교내에서 스피커를 통해서 방송하는 건 한계가 있다고 봐요. 안 듣거든요. 지나가면서 듣는거지.
그런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예를 들면 이런거죠. 지나가면서 듣는 방송이 아니라
기다렸다가 듣는 방송이어야만 되잖아요. 다른 모든 것을 집어치우고 선택을 해 줘야 하는 문제고.
그럼 이게 광고에서 나온 얘기긴 하지만 selling point(상품을 판매할 때 강조하는 점)가 있어야
하는 거잖아요. 내가 YBS에서 연대생들에게 이 부분을 직접 부각해서 듣게 하겠다.
그러면 프로그램을 기다렸다가 듣게 하는 뭔가가 있어야 하는거잖아요.학생들에게 관심을 끌 수 있는
그런 흡인력이 있어야 하죠. 이슈에 있어서는 현재성이 있어야 하고. 또한 공익성도 있어야겠죠.
많은 학생들이 함께 들어야 하는 거니까. 그런 세가지 부분. 다시 정리하지만 현재성, 흡인력, 공익성.
이런 부분들을 다 소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만들어야 되겠죠.
그렇다면 지나가면서
듣는 것보다는 예를 들면, 오늘 점심시간에서도 YBS의 무슨 프로그램이 무슨 이슈를 제공할
것인가 궁금해지길 기다려지게 만들고. 그런게 제일 중요하겠죠. 기성 방송사들은 그런 프로그램이
있기 전에 여러가지 다른 수단이 동원이 돼요. 많은 홍보가 이뤄지구요. YBS에서 따로 홍보를
하는 건 아니지 않나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이런 프로그램에선 무엇을 얘기한다.
그리고 이것은 정말 필요한 것이다. 이걸 듣지 않고선 궁금해서 정말 못 견딘다. 이렇게 꾸준하게
이슈를 제기하고.. 그런 것들이 필요하겠죠. 들어서 득이 되지 않으면 듣지 않거든요. 너무 추상적으로
얘기한건데 어쩔 수 없어요.

남 : 네. 공감합니다. 선생님 조언 깊이 있게 받아들일께요. 음.. 선생님께서 93년도에 지으신
'풀종다리의 노래'라는 책이 있잖아요. 3막을 보면 '풀종다리의 노래'란 이야기가 나오는데..
참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그렇다면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풀종다리. 우리사회에서 필요한 풀종다리는
어떤 모습
이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손 : 책 구하기 힘들었을텐데.. (웃음) 음.. 어려운 질문이네요. 제가 가지고 있는 방송관에 대해서
말씀드릴께요. 저나 저와 함께 일하는 사람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일을 하냐면.. 우리 사회는 주류의
사회잖아요. 그쵸? 원래 주류는 있는 것이고. 비주류들도 있어요. 물론 여기서 말하는 주류,
비주류란 정치적으로 각당에서 말하는 그런 게 아니구요. 대개 비주류하면 소외되는 사람들을
이야기하는데요. 사회적인 약자죠. 약자의 얘기를 전해준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약자에게는.
제가 흔히 하는 얘기지만 일종의 레토릭이긴 하지만 강자에 강하고, 약자에 약한 방송을 하자.
그것이 제가 하고 있는 방송에서 물론 토론 프로그램이야 양쪽 다 등장시키니까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라디오 프로그램에선 거기에서 크게 벗어나 본 적이 없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저한테는
가장 큰 화두이고, 또 제가 추구해야할 임무이고. 방송인으로서는.
사실은 세상을 강자와 약자로
놓으면 많은 부분들이 그곳에 대입이 돼요. 그러니까 예를 들면, 여성문제로 치자면 사회적으로는
여성이 약자잖아요. 제가 무슨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실제로 때로는 마초적인 모습을 보일수도 있지만(웃음)
그러나 남성과 여성의 입장에선 여성이 약자가 되는 것이고 자본과 노동의 입장에선
노동이 약자가 되는 것이고. 환경과 개발의 입장에선 환경이 약자가 될 수 있는거죠.
가능하면 그 쪽으로. 모든 것을 대부분 대입시킬 수가 있어요. 너무 이분법적으로 접근을 하다보면
프로그램이 강퍅해질 가능성이 있죠. 그래서 그건 그 때 그때 상식에 따라서 판단하는 거예요.
그런데 시사 프로그램은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접근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저 나름대로는 그런 원칙이 있어요.

남 : 그런데 강자에 강하고, 약자에 약하다는 게 생각처럼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손 : 옛날엔 어려웠어요. 그렇다고 모두 다 쉽다고 볼 순 없겠죠.
그래도 방송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자면 과거보다 지금은 훨씬 쉬워요.

남 : 네... 마지막으로 질문드릴께요. 이제까지 살아오시면서 방송을 하시거나, 교단에 서시거나..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 감명 깊었던 일. 아.. 살 맛난다. 이런 적은 언제신지 궁금합니다.

손 : 글쎄요.. 방송에선 그런 경우가 많이 있죠. 따지고 보면.. 20년을 했는데 많이 있죠. 사실은
매일 방송을 하든, 주간 방송을 하든 마찬가지로 방송이 내용적으로 잘 채웠졌다는 평가를 받으면
그게 곧 저한테는 스트레스 해소이기도 해요. 보람을 느낀다라고 거창하게 이야기할 것 없이 매일매일
저로서는 때론 카타르시스를 느낄 때도 있고.. 학교 같은 경우엔 지난 번엔 2년 정도 했고,
이번엔 아직 한 학기도 채우지 않았고..학교는 그 때그 때 보람을 느낀다든가.. 방송보단 덜 해요.
아무래도. 굉장히 오래 남아요. 학교는. 아직까지 연락하는 학생들도 있고. 과거에 같이 했던
학생들 가운데. 그리고 사회 진출 했다고 찾아오는 학생들도 있고. 인간이 남는 것 같아요. 방송도
물론 그런 측면이 있지만. 학교는 특히 사람으로 남는다는 것이 나에게 크게 보람으로 남는 경우가 많죠.
어떻게 보면 인연을 쌓아간다고나 할까? 연세대는 아직 한 학기도 안 되지만, 앞으로 얼마만큼
더 나오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여기서도 인연을 쌓아가는 것이고, 결국은 사람이 남게 되겠죠.
그런 면에 있어서는 아주 길게 남는거죠.
방송이 그렇지 않다는 건 아니예요. 대칭적으로 얘기하는 게
아니니까. 학교에서 그런 것을 느끼는 게 더욱 깊이 느껴진다는 거죠.

남 : 잘 알겠습니다.

손 : 끝? 그래요. (웃으시면서 손에 쥐고 계시던 펜을 양복 안으로 집어 넣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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