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을 만드는 마이더스의 손, 주철환 편
감동을 만드는 마이더스의 손, 주철환 편
  • YBS보도부
  • 승인 2005.03.20 2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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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시 2004-11-16 23:21:56  
작성자 : 남현정


<<다운 받으시려면 다른 이름으로 대상 저장 해주세요^^>>


이화여대 포스코관 418호. 주철환 교수님 연구실은 상당히 아담한 분위기였다.
따뜻하고 안락했던 그 곳. 도착하고 잠시동안, 전화하시는 교수님을 보면서 숨을 가다듬었다.
긴장된 맘을 사르르 녹였던 것은 다름 아닌 노크 소리였다.
나는 미처 감지하지 못했던 노크 소리를 주교수님은 알아채셨고, 이어서 이화여대 학생 두 명이 들어왔다.
두 학생의 질문에 꼼꼼하게 대답해주시는 모습에서 난 어떤 교수님에게나 존재하는
평범하지만, 열정적인 가르침을 느낄 수 있었다.


남현정(이하 남): 오랜 방송국 생활을 하시다가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로 오셨는데요.
특별한 계기라도 있으셨는지요?

주철환(이하 주): 세상을 살다보면 우연이란 게 참 많죠, 물론 필연적으로 움직이는 부분도 있지만
이끌림에 의해서, 운명적인 힘에 의해서 움직이는 부분도 있는데.. 저같은 경우는 방송사에서 PD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까 나름대로 전문성이 조금 있어진거죠.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화여대에서
제가 가르치고 있는 학과가 언론 홍보 영상학과거든요. 여기에서 영상은 방송영상을 가리켜요.
방송영상직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사람이 현장의 생생한 체험을 학생들에게 전달해야 한다고
저에게 제의가 들어왔거든요. 그리고 저는 그 제의에 대해서 신중하게 고민을 하다가.. 방송에서
제일 필요로 하는 것이 체력과 창의성이거든요.
나이가 들다보니까 체력도 젊은이들에 비해선
떨어지고, 또 경험은 많지만 창의력 역시 젊은이들에 비해선 떨어질 수 밖에 없거든요. 젊은이들의
호기심은 대단하거든요. 그래서 제가 그동안 쌓아 온 노하우를 학생들에게 전달해서 앞으로
미래의 좋은 PD들을 많이 만들어 내는 것이 보람있겠다란 생각이 들어서 그 제의를 승낙하게 됐어요.

남: 방금 PD에게 있어서 필요한 2가지가 체력과 창의력이라고 말씀하셨는데. PD로 활동하시면서
그 누구보다 창작의 고통에 대해서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되는데요. 쇼 프로그램이나 드라마, 음악 등
방송 여러분야에서 표절이 흔하고 일어나고 있는 현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주: 표절이란 건 이런거예요. 세상엔 완전한 창작이란 건 없다고 봐요. 다 어떤 틀이 있고, 그 틀안에서
창조성이 반영된 거라고 봐요. 그러니까의도적이냐 의도적이지 않느냐,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예를 들어 서태지가 힙합이란 장르를 얘기할 때 그 힙합을 그가 창안해 낸 게 아니잖아요.
원래 있는 것에 자기의 창의성이 가미된 거거든요. 그쵸? 텔레비젼 프로도 마찬가지예요.

겨울연가란 프로그램이 있다. 겨울 연가란 드라마가 완전한 창작물은 아니거든요. 거기에 나오는
스토리의 흐름과 같은 것은 어느 작품의 어디 부분에 조금 비슷한 면이 있고 영상에서도 어느 영화,
어느 드라마에서 본 것 같은 그런 느낌을 갖거든요. 음악도 마찬가지구요.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자기의 창의적인 생각들을 전혀 집어넣지 않은 상황에서 그대로 소위 말해서 카피를 해요.
그런 것은 내가 볼 때 예술가의 자격이 없는 거죠. 예술가라면 자기만의 새로운 것을 작품에
집어 넣어서 만들 수 있어야죠. 예술가니까. 표절이란 것은 난 영원히 계속될 거라고 생각해요.
왜? 진짜 예술가와 가짜 예술가는 항상 있기 마련이기 때문에, 소위 말해서 가짜 예술가들.
창작력은 빈곤하고 그 다음에 욕심은 있고. 상업적인 욕심이건, 명예적인 욕심이건. 그렇게 되면
표절을 할 수 밖에 없는거죠.
저는 항상 비유를 하는데 학생이 부정행위를 하는 것은 성적을
잘 받고 싶지만 준비가 덜 되어 있기 때문이거든요. 똑같은 거 같아요. 그러니까 재능과 시간이
부족할 때 나쁜 짓을 하게 되는 거죠. 내가 정말 재주가 많다면 시험을 잘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재주가 부족하다면, 열심히 노력을 해야 해요. 그런데 그것도 부족해요. 시험이 닥쳐 와서 그래서
부정행위를 하는 거고, 표절도 하는 거죠. 이 분야에선 탁월한 나름대로의 재능과 열정, 그리고
그것이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될 때 까지 필요한 충분한 시간. 그리고 제작비같은 게 주어지면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어요. 대부분 재능은 부족한 데 열정은 넘친다. 그런 경우에는 조금 무모한
시도를 하게 되는 거죠.

남: 얼마 전에 KBS 쇼 프로그램에서 성우 장정진 씨가 게임에 참여하다가 사망한 불행한 사건이
일어났는데요. 이렇게 가학적인 쇼 프로그램이 기성 방송국에서 난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께선
이에 대한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시는지요.

주: 난무하죠. 그건 아이디어가 부족해서 그런 거예요. 더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그렇게 안 하겠죠.
일종의 폭력적인 것은 눈길을 끌기 마련입니다. 그 프로그램도 폭력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걸 시청자들이 봄으로써 사람들이 채널을 고정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프로그램 제작진들은.
그러니까 그 프로그램을 제작하게 되고 그렇게 위험한 사고까지 초래하게 되는 거죠. 그러니까
그런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제작진이 봤을 때, 그런 프로는 분명
위험성이 있고 시청자들이 봤을 때 해악을 미칠 것이란 판단이 났다면 하지 말았어야죠. 제가 봤을 땐,
가치관이 달랐던 것 같아요. 그들이 봤을 땐 그런 내용이 재미있다고 생각할 수 있거든요.
사람마다 판단은 다른 거니까. 우리가 항상 어떤 현상에 대해서 다르게 생각하잖아요. 예를 들어서
어떤 사람들은 식초를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고 식초를 굉장히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는거예요. 그쵸?

남: 선생님께선 그럼 이런 예능 프로그램이 지양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주: 저는 뭐 일단 사람들이 그 프로그램을 보고 나서 상처를 받으면 안된다고 기본적으로 생각해요.
하지만 이번 일에 있어선 벌써 상처를 받았잖아요. 당사자가 벌써 죽음에 이르는 큰 상처를
받은거니까요. 굉장히 불행한 일이죠.

남: 그렇다면 예능 프로그램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주: 그건 이미 알고 있을거라 생각해요. 그게 뭐냐, 새롭고, 재밌고, 유익하면 돼요. 모든 프로그램은
새로운 느낌, 그리고 흥미 있는. 지루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사람은 방송인에 걸맞지 않다고 생각해요,
저는. 지루하게 만들면 안돼죠. 지루하게 하는 건 책을 읽을 때나 다른 일을 할 때여야지,
방송이란 자체는 오락적인 기능을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텔레비젼이란 것은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거거든요. 소위 말해서. 그리고 해롭지 않아야죠. 재미있는 것 중에서
유익한 것도 많거든요. 그러니까 새롭고 재밌고 유익한 프로그램을 지향해야 되고, 진부하고 지루하고
해로운 프로그램은 지양해야죠.


남: 네. 퀴즈 아카데미나 대학가요제, 우정의 무대, 테마게임, 일요일 일요일밤에 등 MBC 간판 프로그램을
제작하셨는데요. 선생님께서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하시는 데 있어서 중점을 두신 부분은
어떤 것인지요.

주: 전 일단 저의 기쁨, 이것이 조금 확산되어서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기쁨. 그리고 이 생산물을
보는 사람들에 대한 기쁨. 저는 그걸 가장 기준으로 생각해요. 이 프로를 보고 사람들이 기쁨을 느낄 것이냐,
아픔이나 고통을 느낄 것이냐. 기쁨을 느끼도록 그 방향으로 가야죠. 이것이 가장 큰 기준이죠.

뭐. 그런데 그 기쁨이란 것은 여러가지죠. 샤갈의 그림을 보고 느끼는 기쁨, 사물놀이를 보고
기쁨을 느낄 수도 있고. 드라마를 보면서 그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묘한 심리적 갈등을 보고
기쁨을 느낄 수 도 있거든요.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도 있구요. 그러니깐 이것이 최종
수용자에게 다가갔을 때 어떻게 그것이 전달되는가. 전 그게 단계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재미있다,
즐겁다, 기쁘다, 감동적이다. 그러나 그게 쉬운 문제는 아니거든요. 쉬우면 누구나 할 수 있겠죠.
그것은 너무너무 어려운 거거든요. 사람을 감동시키는 일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예요.
그러니까 목표는 크게 두고, 또 여건이라는 게 있잖아요. 예를 들어 글을 쓸 때 우리가, 뭐 소설을
쓸 때 창밖을 보니 말이 100마리가 있다. 그렇게 쓸 수 있어요. 하지만 그것을 영상으로 표현해 내긴
굉장히 어렵거든요. 말 100마리를 우선 섭외해야 되는 거거든요. 빌려야되고, 찍어야 되고.
글과 영상은 굉장히 다른거거든요. 글은 상상력을 총동원해서 쓸 수 있어요. 그러나 영상으로
옮긴다라는 건 우선 시간의 제약이 있고, 제작비의 제한이 있는거거든요. 돈이 드는 문제니까요.
다시 예를 들면, 소설 속에 안경이 하나 깨졌다는 표현을 쓴다고 해요. 안경이 깨졌다고 해서
그 안경을 주인에게 물어줘야 하고 그런게 아니잖아요. 하지만 영상으로 옮길 때는 안경이 먼저
있어야 하고 그 다음에 깨뜨려야 하잖아요. 그럼 돈을 줘야 하는 거고. 그런 차이점이 있어요. 그게
바로 여건의 차이예요. 그런 것까지 전부 감안했을 때 나중에 생산된 최종 작품이 사람들에게 어떤
즐거움을 주고 감동을 주고 세상을 이렇게 살아야 겠다, 이런 다짐을 줄 때 그게 훌륭한 작품이죠.
그 반대는 안 좋은 작품인거고.  
    
남: 선생님께서 기고하신 '당당한 이류'란 글을 참 인상깊게 봤습니다. 선생님께선 그 일류와
이류의 차이점은 어디에 있다고 보시나요?

주: 전 그 제목에 나온 이류란 표현이 맘에 들지 않아요. 그 신문사에서 제목을 그렇게 원했기 때문에
정한거구요. 그 글에서 표현된 이류란 것은 사실은 주역이 아닌, 주연을 맡지 않은, 예전에 주인공을
맡았을지라도 지금은 맡지 않은, 메이저 캐릭터에서 벗어나서 현재 마이너 캐릭터를 하고 있는,
그렇지만 꾸준히 하고 있는. 그런 사람들의 생명력의 요인과 그 사람들의 철학을 알고 싶다는
의도였어요. 당당한 이류라는 건. 그 이류라는 말 때문에 그 글에 등장하는 김인문씨나 김영옥씨 등등
섭외하기 어려웠던 점이 있었어요. 거기에서 표현한 이류는 이제 사람들이 날 일류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 같단 의미에서 이류이지 정말 그 사람이 이류다. 이건 아니었어요.

남: 진정한 이류와 일류의 차이점은 뭐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주: 그걸 한마디로 표현하기는 좀 어렵죠. 일류라는 건 그 분야에 있어서 탁월한 전문성,
자기만의 스타일, 그 다음에 철학, 이런 것이 있어야 일류죠. 그리고 나아가서 그 사람이 현재
하고 있는 행위라는 것을 통해 아까 말한 재미와 감동과 기쁨을 얻을 수 있으면 그게 일류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조수미다. 조수미가 왜 일류냐? 제가 만난 조수미는 철학이 있었어요.
그 다음에 자기 훈련이 있어요. 그리고 자긍심도 있고, 또한 조수미의 노래를 통해 사람들은
즐거움을 얻죠. 그게 일류죠. 조수미가 아닌 어떤 사람이 있다, 훈련도 게을리 하고, 재능도 부족하고,
건방지거나 그 사람의 노래를 통해 그렇게 큰 기쁨을 얻지도 못해요. 그럼 그 사람은 이류죠.
그렇지 않겠어요? 이런 원칙은 어떤 분야에서나 통용됩니다.

남: 선생님께서 갖고 계신 방송 철학과 연계가 되는 것 같습니다.

주: 연계가 없을 수 없겠죠. 철학이라는 것은 내가 왜 이일을 하는가, 이거 아닙니까? 아까도 말했지만
내가 이 일을 희생해서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난 그렇게는 못할 것 같아요. 희생해서 하는 것은
성인들이 하는 일이죠. 다만 이 일을 하는 게 굉장히 행복한데 그 행복이 사람들에게 전달이
되는 거죠. 그러면 그게 굉장히 좋은거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김기덕 감독이 영화를 만들었다,
김기덕 감독이 굉장히 고통을 느끼면서 영화를 만들진 않았을거예요. 그 사람은 영화를 만드는
자체가 즐거운 겁니다. 성취감을 느끼고 있는 거구요. 그런데 그의 영화를 통해서 사람들이
위로를 받고 정말 기쁨을 얻었다면 그럼 전 참 좋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남: 네.. '군대에서의 기간은 인간을 입체적으로 만들 수 있다'라고 말씀하셨던 적이 있었던 걸로 압니다.
선생님께선 우리나라 군대 제도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시는지.

주: 글쎄요. 세상에 제도가 긍정적인 게 있을까요? 전 없다고 생각해요. 그건 항상 현실을 생각해야 하는 거죠.
군대가 지금 왜 있는거죠? 누군가 평화를 깨트리고 있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방어하는
개념의 군대잖아요, 이게. 그런데 전 군대가 없다고 가정하면 어떻게 될까 생각하는거죠.
군대가 없어진다면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까요? 한국 대한민국, 불행한 대한민국의 어쩔 수 없이
필요한 하나의 제도죠. 군대라는 것은 없으면 가장 좋은 거죠. 그러나 현실을 감안할 때
그럴 수 없잖아요. 학교라는 것도 그렇죠. 학교가 꼭 있어야 하는 건가요? 집에서 교육을 잘 시킬 수 있다면
학교라는 게 필요없죠. 부모님들이 오늘은 뭐 물에 대해 생각해보자, 하늘은 왜 파랗나?
이렇게 수업할 수 있다면 하면 되는데 실상 그렇게 하기가 어렵잖아요. 일해야 하고, 아버진 나가서
돈 벌어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어떤 전문적인 곳에 가서 공부를 해야 하는거잖아요.
군대라는 곳도 그런 것이라고 생각해요. 전 어차피 군대를 가야한다는 운명에서 군대를 갔는데
내가 운명적으로 가야하는 그 군대에서 내가 왜 군대를 왔어야 되나라고 생각하는 그 기간동안에
차라리 군대에서 내가 스스로를 뭔가 단련시키고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뭔가 깨우칠 수
있다는 거죠.
저는 충분히 그랬다는 거죠. 그런면에서 전 운도 좋았구요. 군대를 가서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거기서 내가 뭔가를 깨달았다. 그리고 군대를 통해서 내가 변화됐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도 군대를 가라. 감히 이렇게 말하진 않아요. 그것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고 생각해요.
어떤 사람들은 군대가서 죽기도 하잖아요. 군대가서 망한 사람도 있고. 저같은 경우는 군대를
통해서 많은 발전을 했고 그 다음에 이왕 군대에 간 사람들에게는 군대에 가서 계속 절망을
느끼고 시간아 빨리 지나가라 하지 말고 군대에서도 얼마든지 자기를 계발할 수 있는 그런 여지가
있다, 란 것을 강조하고 싶었던 거죠.

남: 그럼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주: 그 사람들은 인정하는거죠. 그 사람들은 양심적이라잖아요. 그걸 어떻게 부인해요?
그 사람의 양심을 어떻게 의심해요.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 사람들은 그래서 양심수
아닌가요? 그 사람들에 대해서 제가 왈가왈부 하는 것은 그 사람들에 대한 모독이죠. 그렇다면 저는
양심수인가? 전 아니예요. 전 그렇게 총을 들기 싫어서 군대 안 간 사람들은 잘 이해 못하겠어요.
그렇지만 그 사람들은 그걸 확신하는거 아니예요. 예를 들어서 전 불교 신도가 아니지만, 그렇다고
머리 깎은 스님들에게 '어, 왜 저 사람들은 저렇게 머리 깎고 산에 가서 살지?' 그렇지 않는다는 거죠.
그 사람들의 진정성이 있을거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 오랜 역사를 통해서 그들은 증명이 된거죠.
아, 이렇게 살만한 가치가 있는거구나. 그분들도 마찬가지잖아요. 감옥살이까지 하면서
군대를 안간다고 하는게.. 훌륭하단 표현보단 그 사람들은 정말 양심적이구나. 이렇게 인정하는거죠.

남: 선생님께선 방송 사회에 있으시다가 지난 2001년에 대학 사회로 오셨잖아요. 그 둘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을 것 같은데요.

주: 공통점은 사람이 있다라는 게 공통점이죠. 방송에도 사람이 있고, 이 곳 대학사회도 그렇고.
그 다름에 방송에도 뭔가 설레임이 있어요. 방송이라는 설레임. 여기도, 대학도 설레임이 있어요.
젊은이들의 미래에 대한 긴장감 같은 거요.
그런 면에 있어서 공통점이 많죠. 대학과 방송, 특히
전 PD와 교수의 입장에서 있는 거잖아요. 방송국에 있을 때 시청자가 아닌 제작자였고, 여기에서도
학생이 아닌 교수잖아요. PD와 교수의 공통점이 뭘까 생각해보니까 사람을 좀 변화시킬려고 마음먹고
그걸 계획을 하고 실천하는 사람이다.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큰 차이점은 없어요. 음, 방송사는
경쟁이랄까 이런 것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요. 하지만 대학사회에선 그런 당장의 경쟁은 없잖아요.
길게 볼 수 있고. 학교는 조금 더 평화가 있는 것 같아요. 방송국은 어떻게 보면 전쟁터같은
느낌이 있거든요. 총알이 빗발치는..그렇지만 그런 즐거움이 또 있어요.

남: 음, 교수 사회. 대학사회와 똑같다는 말은 아니구요. 이런 교수 사회가 권위적이다란 비판이
있잖아요. 저희대학교에서 올 1월 달에 있었던 독문과 교수 비리 사건에서도 나타나듯이요.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교수 사회의 권위의식이 궁금한데요.

주: 전 그렇게 교수사회라고 한정짓는 것은 잘못됐다고 봐요. 어떤 동아리, 어떤 단체를 가도 권위적인
모습은 많이 발견되거든요. 그렇지 않아요? 심지어 동문회 같은 곳을 가도 권위적인 곳이 있거든요.
선배가 후배들을 기합 줄려고 하는 그런 식으로요. 저는 일단 권위주의라고 하는 주의 같은 것들은
실제 권위가 없기 때문에 일부러 만든 것이라고 봐요. 전 교수 사회가 권위주의적이다.
이런 표현은 별로 맘에 들지 않아요. 예를 들어서 수도사들의 산 같은 경우도 얼마나 권위주의적인가요?
하지만 그걸로 큰 비난은 하지 않잖아요. 왜냐면 크게 필요한 거거든요. 조금은. 군대도 그래요.
군대야말로 권위주의의 대표적인 표본 아닌가요? 군대에선 군대 조금 먼저 온 사람이
후임병들을 벌 줘도 말 못하잖아요. 그런데 그런 불합리한 일들이 왜 일어나느냐? 그렇게 하지 않으면
유지가 안 되거든요. 통제가 안 되는 거구요. 군대라는 곳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구요.
군대라는 곳은 권위주의 집단이 될 수 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 집단이예요. 학교에선
그럴 필요가 없는 것 같은데. 개인 선생님의 스타일 문제인 것 같아요. 권위적인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싫어하잖아요. 결국 자신의 개인 스타일이 부메랑이 되어서 돌아오잖아요.

남: 가장 기억에 남고 애착이 가는 방송 프로그램이 있으시다면?

주: 이런 질문은 인터뷰마다 항상 받아요.(웃음) 제 진심을 믿어준다면 제일 애착이 가는 프로그램은
없어요. 모두가 애착가는거죠. 다섯 손가락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손가락은 어떤 것인가요? 라는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요? 그건 없다고 봐요.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죠. 질문 자체가 나빠요. 가장
애착이 가는 건 없죠. 차라리 가장 밤을 많이 샌 프로는 어떤 건가요? 이런 질문이 저에겐
더 좋은 질문이예요.

남: 그럼 가장 밤을 많이 샌 프로그램은 어떤 프로그램 이세요? 이렇게 질문 드려도 되나요?

주: 그건 퀴즈 아카데미라고 단번에 말씀드릴께요. 그 프로는 제가 젊었을 때 가장 절 불태웠던 프로그램이예요.
사람들은 퀴즈 프로로 밤 샐일이 뭐 있어요? 이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저는 문제 하나를
내면서도 밤을 샜었어요. 편집하는 과정에 있어서도 밤을 많이 샜구요. 그런 면에서 애착이 간다면
퀴즈 아카데미라고 대답할께요.

남: 마지막으로 질문드릴께요. PD가 되고 싶은 학생들, 그리고 현재 PD로 활동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주: 음.. 왜 자기가 PD가 되고 싶었는지를 항상 생각하라는 것. 이 말을 하고 싶어요. 왜 PD가 되고 싶었느냐, 난 연예인을 많이 보기 위해 했다. 그럼 연예인을 못 보면 벌써 그건 재미가 없을거라구요. 돈을 벌기 위해서 했다. 그런데 PD가 돈을 그렇게 많이 벌지는 않거든요. 돈을 많이 못 벌면 굉장히 쓸쓸할거구요. 그게 아니라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그 만남을 통해서 자신의 작품을 조금 더 좋은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 이런 정도의 마음. 그러니까 초심을 변치 말아라. 이런 말을 하는거죠. 우리가 국회의원들에게도 항상 그렇게 이야기 하잖아요. 국회의원들이 처음엔 세상을 다 바꿀 것처럼 이야기 하잖아요. 하지만 적당히 야합하고 영합하고. 타협하고 그렇잖아요. PD도 그렇게 되는거거든요. 왜냐 너무 고단하니까. 힘드니까. 경쟁이 치열하니까. 초심을 변치말고, 항상 PD가 왜 될려고 했느냐를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그렇다면 크게 흔들리지 않을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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